

“맹물 같고 맨밥 같은” 박명숙 시인의 시조집을 받고서
한 권의 시조집이 이처럼 큰 눈사태로 밀려오는 저 히말라야 영봉의 모습일줄이야.
오래전 선배 시인들의 시조집을 필사하며 글을 익혔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도 시인이란 명찰을 달고 나서부터는 오래동안 목을 뻣뻣하게 세우며 잊고 지냈는데, 아! 이 시조집이 나를 그 시대로 역류하게 했다.
박명숙 시인의 “맹물 같고 맨밥 같은” 시조집은 그냥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이 시조집을 읽기 전에 목욕재계하고 오래전으로 돌아가 필사 노트를 놓고 한 편, 한 편 정독하며 필사를 해야만 하는 역작이다.
중국 텐산산맥으로부터 내려 오는 만년설 녹은 물이 고비사막에 닿으면 사막 밑으로 스며들어 물은 온데간데 없어진다. 이 시조집의 시어와 행간이 바로 지하로 흐르는 그 만년설의 물소리이고 물빛이다.
한 글자, 한 글자 필사하는 여정은 바로 모래를 깊이 파 내려가 그 물줄기를 찾는 여정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깊은 지하 속에 흐르는 전설의 저 고비사막의 우물물이 박명숙 시인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히말라야 영봉의 코발트 하늘빛 물맛이다. 그 물맛은 “맹물 같고 맨밥 같”지만, 저 히말라야의 산정 만년설의 호기로움과 청량감을 오롯이 간직한 맛이다.
이 정도로 직조해 낸 시편이 나에게도 저 서해바다에 서서 낙조를 바라볼 때 내 곁에 서 있어줄까? 시인이란 명찰을 달고 사는 것이 부끄러워 기필코 이 시조집을 필사를 해 볼 요량이다. 그래야만 지금껏 시인이란 명찰을 달고 살았던 부끄러웠던 여정에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까 싶다.
박명숙 시인께 좋은 시편을 보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책상에 정좌해 앉는다. 필사의 모드로……
2023.01.10.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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