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40

도떼기 시장

도떼기시장 이 승 현내 마음 한가운데 번잡한 시장이 있다허름한 잡동사니 팔만한 것 별로지만사람들 오가는 모습 그것만으로도 좋은 곳 몇 포기 푸성귀도 어떤 날은 잘 팔렸고빛 좋은 과일들도 어떤 때는 외면받고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이내 속의 물건들 햇살도 갈 길 가고 발길도 뜸한 시간온종일 들썩이던 좌판을 걷어내니간택이 되고 싶었던 조바심도 사라졌다

내가 쓴 시조 2025.01.26

나래시조 2024 겨울호 발표작(인류세 빗소리. 아내여, 잠시 쉬었다 가세, 강을 읽다)

인류세 빗소리 이 승 현바람결 흐름 따라 정처 없는 구름이라도제 마음 갖고 있어 때때로 지상을 향해제 몸을 삭혀가면서 암호문자 타전하지 있는 듯 없는 듯이 소리 없는 안개비로응답이 올 때까지 쉼 없이 오는 가랑비격정에 복받칠 때는 회오리성 태풍 군단 구름이 타전하는 암호를 해독해 보면먼 세월 견디며 온 빙하의 울음소리인류세 그 나이테 속에 고스란히 박힌다 아내여, 잠시 쉬었다 가세 지금껏 걸어온 길 돌아보면 물레방아흐르는 물이 적으면 무릎도 닳지 않아식솔들 끼니 걱정은 해도 삭신은 편했지 콸콸 넘치는 물에 숨돌릴 새 없는 날낱알이 수북이 쌓여 웃음꽃 만개해도속에는 물집과 멍울 깻묵처럼 굳었지 이끼 낀 세월의 물길 이제는 돌려놓고덜컹대는 디딜방아 잠시 세워놓고가을볕 온기가 담긴 노을 한 잔 드세나 강을 읽..

내가 쓴 시조 2025.01.26

정형시학에 발표된 작품(귀가하는 대숲 바람, 지의류, 맘)

【신작】귀가하는 대숲 바람자그락대던 발소리가 잠잠해질 즈음죽순의 먼 시간이 점점 선명해 지네초승달 시원의 눈빛 그 차분함 그대로첫 햇살에 길 나서서 댓잎과 힘겨루고노을이 짙을 때까지 온 숲을 헤 젓다가물 빠진 파 줄기 마냥 귀가하는 댓바람우리네 사는 곳도 맹종죽 머문 숲도별들이 자리 펴고 적요의 등을 켜면 꼬였던 숨결의 한낮이 실타래에 감긴다 지의류地衣類우주 열기를 타고 이곳에 안착했다한기의 시린 뿔에 숨의 솔기가 터져도 두 주먹 불끈 쥐고서 활기의 맥 돌렸다부서진 스레트에 비닐 창 펄럭이는냉기에 떠는 할미꽃 빈속을 데워 주려숨차게 계단을 오르는 도시락 온기처럼동토를 덮고 있는 땅의 옷 푸른 결기서울시 재개발구역 돌담에 피어올라동장군 서슬을 녹이며 새봄 여는 전령사지의류地衣類 : 이끼와는 달리 조류와 균..

내가 쓴 시조 2025.01.26

농민송 - 조지훈

농민송(農民頌) - 조지훈 아득한 옛날이었다 그것은 長白의 푸른 뫼뿌리를 넘어 한떼의 흰옷 입은 무리가 처음으로 이 國土에 발을 드딘 것은- ​ 千古의 密林을 헤치고 가시밭에 불을 놓아 땀흘리어 일군 밭에 밀, 보리, 조, 기장을 심어 먹고 움집, 귀틀집에 오막살이 초가를 지어 이웃끼리 오손도손 의좋게 모여 살기 시작한 그것은 아득한 옛날이었다. ​ 조상이 점지해준 터전이라 그 마음 그 핏줄을 받아 대대로 이어온 사람들이여! ​ 푸른 잎새에 맺힌 한방울 이슬이나 나무뿌리가 뿜는 한줄기 물이 실개울이 되고 강물이 되어 구비치는 기슭마다 마을을 열고 그 강물을 젖줄삼아 퍼져난 핏줄기 三千萬 떨어질 수 없는 運命으로 얽힌 사람들이여 ​ 가난에 쪼들리고 권력에 억눌리어도 겨레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 허리띠를 졸..

카테고리 없음 202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