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여행이 주는 선물

이승현 시인 영상 앨범 2013. 5. 19. 23:18

 

 

지금껏 내가 살아온 나라, 문화, 환경과 다른 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이거나 미래로의 여행이 될 것입니다.

 

여기 우리가 지나온 그런 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사는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엔돌핀은 이미 철철 흘러 넘칩니다.

 

수돗가에서 설거지를 하는 아낙네와 그 아이들의 소박한 생활의 그림에서

내 어머니의 실루엣을 봅니다.

 

마치 낡은 영상을 돌려놓고

옛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 이런 곳...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다시 찾아 가고 싶은 곳입니다.

 

 

 

넓은 들은 보이지 않는 그런 산비알에

자연이 만들어 놓은 산등성을 따라 길을 내고 밭고랑을 만들고

비가 오면 좀 더 나은 수확을 보장 받고

비가 덜오면 덜오는대로

조바심치지도 않고 하늘에게 정성을,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루에 한끼가 허락되면 한 끼의 밥으로 하루를 보내고

두 끼의 밥이 허락되는 날이면 더 감사의 마음을 하늘에게 표하는 사람

 

그들은 욕심을 내지도 않고

허락된 땅의 크기만큼만 밭으로 만들어 곡물을 수확하고

수확물이 좀 남으면 그걸로 소금을 사고, 설탕을 사고, 차를 사고, 아이들 옷을 사는 사람들

 

그들의 삶을 엿보는 이런 여행은 나를 조바심의 여울에서 꺼내 줍니다.

 

느긋한 걸음 걸이로 산을 걷습니다.

 

 

 

 

성스러움의 설산이 집의 배경이 되는 마을

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순백색 마음결을 볼 수 있는 이유를 알것 같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름다운 사람과 함께 이곳에서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핸드폰이 필요없는

테레비도 필요가 없는

 

하늘에

구름이 몇 조각 흘러가고

안개가 차면

안개비를 맞으며 걷기도 하는

그런 시간을 맘껏 보내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여행은 정신없이 풍광을 훑는 것이 아니라 음미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아니 말이 안 통하면 또 어떻습니까?

 

말이 필요없는 곳

서로가 눈빛만 보고도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곳은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낡아서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사람의 온기를 느낍니다.

아랫마을에 살던 사람이 겨울의 추위가 풀리면 올라와서 한 철을 살다가는 그런 임시 거처입니다.

 

한 뙤기의 땅이면 어떻습니까?

이들의 삶에서 지금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요?

 

여물을 먹은 소가 일을 마친 후 외양간에 누워 되새김질하는 모습을 연상합니다.

지금 내 모습이 그와 같습니다.

 

정신줄을 놓고 살아야만 잘 사는 것 처럼 착각을 하며 살아야하는 우리네 마을을 반추하고 있습니다.

 

되새김질하면 할수록

쓴물이 단물이 되는 시간입니다.

 

 

 

한 순간을 살아도

인간답게 살아가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이곳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 한 마리에게서도 자연의 장엄한 교향악을 듣습니다.

 

몸빛이 살아 있는 한 마리의 닭과

햇살에 눈이 부신 감자밭의 풍경에서 신선한 공기와 기운을 받습니다.

 

길을 걷는 나그네도

이 순간 만큼은 자연의 풍요 속을 여행합니다.

 

여행이 주는 이 자연의 향연은 제가 받아 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오늘 이 선물을 모든 님께 풀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