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시인과 함께 걷는 문학기행(재인폭포)

이승현 시인 영상 앨범 2012. 10. 27. 21:55

 

 

 불현듯

 

재인폭포에 가 보고 싶었습니다.

 

아무 말없이 가방을 둘러 매고 길을 나섰습니다.

혼자 가는 길에 동행을 해줄 시인을 떠 올려 봤습니다.

연천쪽으로 길머리를 잡으니 북쪽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함께 동문수학한 이태순 시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전화를 했습니다.

함께 동문 수학하고 현재 〈이천동인〉으로 함께 활동을 하는 사이라 그런지 흔케이 요청에 응해 주셨습니다.

 

아무리 문학여행이지만 남녀 시인 둘이 가는 것...

아무도 보는 이는 없지만 그래도 혹여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도 같고,

 

또 의정부에서 활동하시면서 우리 시조시인협회 카페에 큰 비중을 차지하며 많은 글을 올려 주시는 김문억 시인이 떠올라 함께 가자고 전화를 드렸더니...

막걸리는 자신이 한 잔 사겠다며 환영한다고...

 

그렇게 의기투합이 되어 가을볕 좋은 날 혼연 길 떠나는 아름다운 가을 단풍 여행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전철을 타고 첫 만남의 장소인 녹양역까지 약 1시간의 전철여행...

전철안은 도봉산으로, 소요산으로 단풍 나들이를 가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녹양역에 도착하니 약속시간보다 약 30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녹양역 주변을 서성거리며 곱게 물든 은행잎, 벚나무의 감물든 잎새들을

감성의 눈으로 읽으려고 찬찬히 음미하며 쳐다 보았습니다.

마침 이태순 시인이 일찍 와 근처 항아리촌이 있다고 가보면 좋아할 거라며 안내를 하였습니다. 

 

 

 

 

항아리를 숲 속에다 줄지어 이어놓고 장을 담그고 있는 정겨운 모습과

가을 햇살이 어울어져 수채화의 풍경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싶어하는 장식품처럼 코디를 하지 않았어도

사람 마음을 끌어들이는 이런 풍경이야말로 천연의 향기를 뿜어내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합니다.

 

 

 

 

 

김문억 시인과 합류하여 재인폭포를 향해 길을 가다가 들린 곳

 

초성리 간이역

 

은행나무의 노란잎이 가던 걸음을 멈추게하는 초성리 간이역

이태순 시인은 이 간이역을 소재로하여 작품을 한 수 남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시상을 건져 보라고 하며 구석구석 안내를 하였습니다.

 

마침 역무를 보시던 초성리 이도희 역장께서 초성리역에 담긴 이야기를 해 주시며 차 한 잔 대접하고 싶다며 역장실로 안내하였습니다.

 

초성리역, 대광리역, 신탄리역 등

이쪽 지방의 철도에 얽힌 이야기를 하시면서

60,70년대 서울로 통학하는 학생들의 이야기와

현재 한국철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통근열차가 지나 가는 역이라는 말씀을 들으며 간이역의 정취에 푹 빠졌습니다.

 

 

 

 

 

 

김문억 시인이 마침 가지고 온 본인의 시집을 역장님께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초성리역

 

                              이태순

 

아주 작은 간이역, 기차가 지나간다

대합실 나무의자 위 익숙히 앉은 고요

늦가을 초성리역엔 사람냄새 그립다

 

바람은 심심풀이로 문틈을 들락거리고

산 너머 낡은 외딴 집 안부가 궁금한 날

담장 안 키 작은 꽃이 묵묵히 지고 있다

 

갈잎 걸친 계절은 철로를 밟고 가고

나 또한 축축이 젖어 갈 길을 서두를 때

손잡은 계집아이들 단풍처럼 볼이 붉다

 

 

 

 

재인폭포가는 길은 서정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이 서정이 깊게 담긴 골에 단풍물이 곱게 들었습니다

이런 촉촉한 단풍빛이 이 가을로 마지막이 될듯 싶습니다.

댐이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재인폭포가 수몰이 된다고 합니다.

산을 찢는 발파음 소리가 가슴을 심하게 때립니다.

 

제가 불현듯

그것도 느닷없는 심정의 발동이 일어난 것이 아마도 이것 때문이었나 봅니다.

재인폭포의 아름다움이

머지않아 물 속에 잠긴다는 것 때문에

제가 속절없는 마음이 되어 길을 나서게 된듯합니다.

 

재인폭포는 딱 한 번 온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학창시정 아리따운 여학생과 함께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추억이 깃든 곳이 수몰된다는 사실이 못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백로

 

 

                                   김문억

 

산 질러 물 건너기가 가슴 아픈 일이었다

먼 길을 돌아보기는 날갯짓이 아니더라도

강물이 길을 다스려 출렁이고 있었다

 

은하 여울목에 청각을 맑게 씻어

기다림에 휘인 모가지를 기울인다

별들이 구슬치는 소리 십리 밖에 듣는다

 

날개치고 싶은 일은 가슴 깊이 모두었다가

죽어서 가는 길에 뿌릴 일이다

부리로 금을 그으며 몸으로 지워가며

 

 

 

 

 

 

 

재인폭포의 아름다운 정경을 눈속에 깊게 각인이 될 정도로 오래 오래 바라보며

사진기에 그의 모습들을 하나 둘 담기 시작했습니다.

 

 

 

 

 

시원한 물줄기와 그 앞에 기원하면서 쌓아 놓은 돌탑 모든 것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부니 단풍잎이 낙엽으로 집니다. 그 한 잎이 탑에 앉습니다.

샛빨갛다 못해 절절한 그리움의 화신처럼 나를 사로잡습니다.

재인폭포에 서린 설화처럼

고운 새아씨가 지아비를 사무치게 사랑하며 울부짖던 그 붉은 울음인 듯 합니다.

 

재인폭포를 돌아 나와

소요산 입구에서 막걸리와 녹두전 그리고 버석찌개로

다소 허기진 속을 달래며 노을지는 서녘 하늘을 바라보며 저마다의 시심을 붉은 노을에 적고 있었습니다.

단풍잎 하나가 떨어집니다.

 

가을 단풍 따라 걷는 길에 동행해 주신 김문억, 이태순 시인

혼자 하는 여행보다

이렇게 문학을 논하며 시심을 나누며 함께한 여행이어서 더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