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빛 따라 떠나는 남도 사찰 기행
3. 백양사
절정의 경지를 넘은 말간 고요 머금은 백양사 단풍
선운사 단풍이 그렇게 처연한 핏빛이었다면
전남 장성군 백암산 서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조계종 제18교구 본산인 고불총림 백양사의 단풍은
오히려 핏빛의 절정을 넘어 고요의 경지에 닿아 있는 것처럼 장엄한 단풍이다.
백양사 단풍의 참 맛을 보려면
백양사 초입 부도전에 들어 가 볼 것을 권한다.
그곳 부도탑에 걸린 백학봉의 하얀 이마와 어울려지는 단풍 그리고 부도전의 말간 고요 한 줌.
뜨겁게 뜨겁게 타오른 감나무의 소신공양으로
말간 정수가 흘러 사리로 맺힌 백학봉의 그 영롱한 기운이 햇살 타고 내려와
붉은 홍시의 단맛 같은 적막이 머문 곳이 바로 부도전이다.
그 곳에서 보는 단풍빛은
인생의 쓴맛 단맛을 모두 맛 본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그런 내면의 참 맛을 찬찬히 보여 주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가부좌하고 앉아 듣는 백양사 계곡 물소리에서는 풍경소리가 난다.
바람을 타고 거슬러 오르는 저 풍경 속 물고기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흔히 그냥 지나치기 쉬운 백양사 초입 오른쪽으로 보이는 부도전에 가부좌하고 앉아
단풍 속 풍경소리를 들어 보길 권한다.
백양사 단풍은 역설적으로 가부좌하고 앉아서 봐야 그 제 맛을 알 수 있다.
4. 연곡사
고향집 아궁이 서럽고 매캐한 연기 같은 연곡사 단풍.
전남 구례시 피아골의 긴 계곡을 타고 오르는 곳에 자리한 연곡사.
연곡사 단풍은 피아 계곡을 타고 오르는 굽이굽이 도는 골짜기 마다 울긋불긋 박혀 있는 단풍나무의 장관만으로도 제 이름 값을 한다.
우리나라 제일로 치는 핏빛 단풍의 계곡,
그래서 이름이 피아골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진 계곡.
단풍이 얼마나 붉게 물이 들었으면 피아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혹자는 6.25때 많은 사람이 죽어 그 핏빛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곤 하지만,
단풍빛이 그만큼 짙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곡사 단풍은 서글프다.
연곡사 법당 앞에 서서 보는 단풍빛은 서러운 고향집 아궁이 매캐한 연기 맛이다.
임진왜란과 6.25을 거치면서 절터만 남아있던 연곡사 그곳에 잔뜩 녹이 슨 보물이 몇 점 있다.
다소 을씨년스러운 그곳에
진기한 국보가 두 점(동부도, 북부도) 보물이 4점이 남아 바람에 풍화되어 가며 서있다.
그래서 연곡사 단풍빛이 더 서럽게 다가오는 곳이다.
마음이 울적하고 서럽거든 연곡사 이 가을 단풍철 국보와 마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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