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이야기

아산시 송악면 외암마을

이승현 시인 영상 앨범 2010. 4. 27. 22:32

 

지난 주 아산시 송악면 외암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봄꽃이 지고 연초록의 잎새들이 다투어 얼굴을 내미는 봄날

그냥 집안에 앉아 보내기에는

나의 마음이 그냥 두질 않더군요.

 

그러니 또 사진기를 둘러매고 길을 떠날 수 밖에...

 

서울에서 온양까지 전철을 타고 가니 그리 편할 수가 없더군요.

제 집에서 전철을 타고 온양역까지 2,600원

온양역에서 외암마을까지 버스 1,200원 왕복 차비 7,600원

입장료 2,000원. 점심 및 간식비 8,000원

총 경비(17.600원) 들더군요.

 

 

 

마을로 들어 가는 버스는 온양역앞에서 120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데 이 버스가 하루에 9번 정도 왕복하는 것 같았습니다.

승용차로 다녀오시는 것이 편하리라 여겨집니다만,

사진기를 매고 다니는 저 같은 입장에서는 걷는 길이 많기 때문에 왠만하면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답니다.

 

 

 

마을 입구에는 개천이 하나 흐르고 있었고 그 개울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면 바로 주차장과 마을 안내판이 있습니다.

장승도 서 있고, 이렇게 박태기꽃도 피어 있었습니다. 제가 간 시간에는...

 

 

 

마을 초입에 첫 초가집입니다.

소나무와 어울어져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더군요.

제 어릴적 고향 뒷동산 같은 그런 분위가 훅, 번지는 것이 참 아릿하더군요.

 

 

 

그 초가집 앞 마당에서 바라본 앞 들녘입니다.

갖은 들풀들이 연초록빛을 뿜어 올리고 있는 모습

경이롭기만 합니다.

벚꽃은 어느새 꽃비를 흩날리고 있었고...

 

 

 

느티나무 보호수

참 우람하더군요. 수령 400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 고샅길을 걷는 기분

어떤지 아십니까?

직접 걸어 보지 않으신 분은 모를 그런 출렁임이 있더군요.

 

 

 

지붕은 다 삭아 벗겨져 있고

문이란 문은 죄다 떨어져 나가고

사람의 인기척은

바싹마른 굴뚝의 흙벽에 묻은 연기처럼 온데간데 없는데

꽃은 아니, 봄은 이렇게 소리도 없이 또 찾아 와

빈 앞뜨락을 지키고 있더이다.

 

  

 

 

뒷마당 장독대에도

제 할머니 숨결보다 더 아련한 바람결 소리와

말간 햇살 한덩이가 항아리 속에서 긴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제 셔터소리에 곤한 잠이 깨었는지...

손사래를 치며 "어여 가라하데예"

 

 

 

 

그래  "이꽃을 배경으로 한 컷만 찍고 갈께예" 하고

수굿이 목례를 하고 뒷굼치 들고 살금살금 나왔지예

 

 

 

빈 집을 나와 마을 옆 길로 접어 드니 개울가를 끼고 벚꽃들이 줄 지어 피어 있고,

심훈의 상록수에 나오는 그 채영신 선생님이 나올 것만 같은 그런 배경 한 컷이 보였습니다.

 

야학을 가르치기 위해 학생들을 불러 모으던 그 종소리가 울릴 것 같은 종루가

꽃나무에 둘러싸여 있는 풍경

 

참 오랜만에 보는 정겨운 장면이었습니다.

 

 

 

초가집 저 사래긴 밭에 언제 파종을 하려는지 아해는 보이지 않고

해는 어느덧 서산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 시각

 

나의 시선은 밭고랑에 멈춰섰습니다. 

이 밭에 무얼 심으면 돈이 될까?

돈이 될까?

 

 

 

재 너머 몽돌밭으로 밭매러 가셨던 할머니가 종종 걸음으로 돌아 오십니다.

손자는 두 팔을 벌리고 "할머니"하며 달려 나가고,

멀리서 "아이쿠 내 새끼야. 넘어질라"란 목소리가 메아리 되어

제 귓전을 때리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

 

 

 

이팝나무인지, 조팝나무꽃인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꽃만 보면 하얀 쌀밥을 먹고 싶어 하던 우리 누이 생각에 콧끝이 찡해져 옵니다.

이꽃만 보면...

 

 

 

참봉댁 뒷마당은 늘 우리가 들어 갈 수 없었습니다.

우리 키보다 높은 돌담이 둘러쳐져 있기 때문이죠.

이 밭에는 늘 우리가 먹고 싶어하는 귀한 채소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봄이면 마늘쫑이 올라오고, 유월이면 감자꽃이 피고,

가을이면 푸른 무우가 속살을 뽀얗게 내비치곤 했지요.

참봉댁 뒷마당은 금단의 지역이었습니다.

 

 

 

수리조합에 나가시던 아버지가 돌아 오는 시간입니다.

이 때쯤이면 혹 아버지 자전거 손잡이에 걸려 있을 검정가방에 눈길이 가곤했지요.

혹 오늘 왕 사탕 하나 안 들어 있을까?

 

 

 

그렇게 아버지까지 귀가를 하시면 동네 고샅길은 이내 조용해지지요.

집집마다 아이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

구수한 된장찌개와 어쩌면 기름바른 김 몇장 올라올 저녁밥상을 군침 꿀꺽 삼키며 기다리고들 있겠지요.

서산 마루에 해가 넘어가는 그런 시간이 되면...

 

 

 

이제

하루 종일 동네 아씨들 엉덩이에 몸을 뎁히던 그네도

그 음미의 시간을 갖는 이 무렵이 되면

해는 가기 싫다고 안간다고 저리 때를 쓰면서 붉은 울음을 토해내고 있지요.

 

 

 

이렇게 외암 마을을 돌아 돌아 다니는 시간에 저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제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도 만나고, 그네 타던 옥이도 만나고, 수리조합에 다니시던 아버지의 왕사탕도 빨아 보고...

무엇보다 이팝꽃 같은 하얀 쌀밥이 올라오는 그 정겨운 고향집 저녁 밥상까지 거하게 한 상 받았습니다.

 

모든 님들

외암마을에 가면 님의 유년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어찌 안 가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