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10 경복궁에서)
지난 3월 봄눈이 왔을 때 본 향원정이 이 봄날에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게 마음에 자꾸 밟혀서
날씨는 꾸물거리지만 이 주말을 그냥 방에서 딍굴기가 뭐해서
또 사진기를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2010,04,10 경복궁에서)
그러니까 봄눈 사진을 찍은 날이 3월10일이니까
정확하게 한 달만에 이렇게 꽃대궐이 되어있었습니다.
사람들 역시 화사한 옷을 입고 정구공같은 웃음을 통통 틩기고 있었습니다.
한 달만에 세월은 이만치 걸어 왔는데...
전 그 걸음걸이만큼 걸었으면서
무엇을 했나. 자문해 봅니다.
제가 걸어 온 그 길이만큼만이라도 나를 사랑했을까?
남의 이목만을 의식하며
내 몸에 스스로 형틀을 매지는 않았나
다투어 피는 꽃몽오리를 보며
내가 나를 저만치 사랑했었을까
곰곰히 곱씹어 봅니다.
"自己愛"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어찌
남을 사랑할 수가 있을까?
내가 내 몸 하나 추스리지 못하면서
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벙글어터지는 꽃망울처럼
자신만만하게 그런 말을 할 준비는 나는 과연 되어 있는가...
묻고 또 물어 봅니다.
답답했던 가슴이 산수유의 흐드러짐에
갑자기 환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봄은 그래서 사랑의 물꼬를 틔우는 도랑물인가 봅니다.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아오지 못했다면
이 봄날,
이 봄날 아낌없이 사랑 한 번 해보라"고
산수유는 눈빛을 저리 환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 때 비로소 남을 사랑하게 되는 거라고...
그래 아낌없이 그래보리라
그렇게 해보리라.
한 줄기 미선나무처럼 그렇게 불을 밝히리라.
내 가슴 속 사랑의 모닥불을 피어올리리라.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사랑은
뿌리내린 모든 것으로 번져
결국 이 세상이 환한 햇살의 맛깔스런 동네가 되지 않겠는가...
사랑은 앞마당에 피는 들불처럼 번져갈 것입니다.
그리 번져나갈 것입니다.
봄꽃이 이리 지천으로 피고 있는데
눈깜짝할 사이에 피었다지는
봄꽃의 자기애가 얼마나 장엄하고 숭고한지
이 봄의 전령사 진달래꽃을 껴안고 느껴봅니다.
그대를 껴안고 느껴보듯, 그렇게...
아!
이렇게 또 나를 사랑하라는 봄은
강물처럼 흘러오고 있구나.
흘러가고 있구나.
(사진은 2010년 04월 10일 경복궁에서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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