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이야기

[스크랩] 나를 사랑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이승현 시인 영상 앨범 2010. 4. 11. 09:40

 

                                                                                                                      (2010,03,10 경복궁에서)

 

지난 3월 봄눈이 왔을 때 본 향원정이 이 봄날에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게 마음에 자꾸 밟혀서

날씨는 꾸물거리지만 이 주말을 그냥 방에서 딍굴기가 뭐해서

또 사진기를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2010,04,10 경복궁에서)

 

그러니까 봄눈 사진을 찍은 날이 3월10일이니까

정확하게 한 달만에 이렇게 꽃대궐이 되어있었습니다.

사람들 역시 화사한 옷을 입고 정구공같은 웃음을 통통 틩기고 있었습니다.

 

한 달만에 세월은 이만치 걸어 왔는데...

전 그 걸음걸이만큼 걸었으면서

무엇을 했나. 자문해 봅니다.

 

 

 

 

제가 걸어 온 그 길이만큼만이라도 나를 사랑했을까?

 

남의 이목만을 의식하며

내 몸에 스스로 형틀을 매지는 않았나

다투어 피는 꽃몽오리를 보며

내가 나를 저만치 사랑했었을까

곰곰히 곱씹어 봅니다.

 

 

 

 

 

"自己愛"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어찌

남을 사랑할 수가 있을까?

내가 내 몸 하나 추스리지 못하면서

남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벙글어터지는 꽃망울처럼

자신만만하게 그런 말을 할 준비는 나는 과연 되어 있는가...

 

묻고 또 물어 봅니다.

 

 

 

 

 

답답했던 가슴이 산수유의 흐드러짐에

갑자기 환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봄은 그래서 사랑의 물꼬를 틔우는 도랑물인가 봅니다.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아오지 못했다면

이 봄날,

이 봄날 아낌없이 사랑 한 번 해보라"고

산수유는 눈빛을 저리 환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 때 비로소 남을 사랑하게 되는 거라고...

 

그래 아낌없이 그래보리라

그렇게 해보리라.

 

 

 

 

한 줄기 미선나무처럼 그렇게 불을 밝히리라.

 

내 가슴 속 사랑의 모닥불을 피어올리리라.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사랑은

 

뿌리내린 모든 것으로 번져

결국 이 세상이 환한 햇살의 맛깔스런 동네가 되지 않겠는가...

 

사랑은 앞마당에 피는 들불처럼 번져갈 것입니다.

 

그리 번져나갈 것입니다.

 

 

 

 

 

봄꽃이 이리 지천으로 피고 있는데

눈깜짝할 사이에 피었다지는

봄꽃의 자기애가 얼마나 장엄하고 숭고한지

이 봄의 전령사 진달래꽃을 껴안고 느껴봅니다.

 

그대를 껴안고 느껴보듯, 그렇게...

 

아!

이렇게 또 나를 사랑하라는 봄은

 

강물처럼 흘러오고 있구나.

 

흘러가고 있구나.

 

 

(사진은 2010년 04월 10일 경복궁에서 찍음)

출처 : 꿈이 있는 45방~
글쓴이 : 물동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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