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물무늬가
금빛 모래에 깃드는, 무섬마을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강물 따라서 물고기 오가고
앞산에서는 새소리 넘쳐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김소월의「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아침에 눈을 뜨면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반겨 주는 곳,
아침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금모래빛이 내 어릴 적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가게 하는 곳,
도시소음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 며칠 여유롭게 푹 쉬면서 유유자적하며 지내고 싶어 하는 곳.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의 노랫말처럼 내 엄마를 부르면
세파에 찌들지 않은 순수한 어릴 적 동심의 세계가 사뿐사뿐 걸어 나올듯한 이상향의 마을을 찾아가보자.
초가집 이엉 냄새가 강나루 건너 나그네를 맞이하는 곳
서울 수도권을 끼고 흐르는 한강보다 아직 개발의 손때가 덜 묻은
낙동강변에는 옛 정취가 잘 남아있는 마을이 여러 곳 있다.
그 대표적인 마을이 안동 하회마을이지만
보존의 손길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만큼 예스러운 맛은 그만큼 희미해졌다.
낙동강을 끼고 형성된 마을 중에 안동 하회마을 만큼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
회색빛 문명의 칙칙함보다 어린 시절 뛰놀던 채마밭 두엄 냄새가
여전히 향기를 뿜고 있는 경북 영주군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이 그곳이다.
소백산에서 발원한 서천(西川)과 태백산에서 발원한
내성천(乃城川)이 마을 뒤편에서 만나 350°로 마을을 휘돌아나가고,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고 해서「무섬마을」이라 불러지는
그곳을 찾아 가는 내 신발 콧등에 어느새 왔는지
어머니 앞섶향내 같은 오래된 초가집 이엉의 향긋한 향기가 강나루를 건너 살포시 내려앉는다.
금빛햇살이
금모래와 어깨동무하고 흘러가는 곳
강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를 아침 동이트기 전에 찾아 나섰다.
일출을 다리 위에서 맞이하고 싶었다.
오래전 선조들께서도 이 외나무다리 위에서
새벽 암탉이 홰치는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열었을 것이다.
먼 한양 길 오르는 선비도 이 다리를 건넜을 것이고,
강 건너 사래 긴 밭을 매러 다리를 건넌 농부도 있고,
이 마을로 시집온 새아씨는 외나무다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친정어머니 생각에 옷고름을 적셨을 것이다.
다리에 걸터앉아 물길을 바라보니 끊임없이 모래가 흘러왔다 흘러가고 있다.
물살에 흘러가는 모래알이 아침햇살에 영롱하다.
물무늬에 박힌 시간의 알갱이들이 금빛 모래알로 환원되고 있다.
느릿느릿 흐르는 강물과 그 물살의 흐름만큼만 조리질되는
모래알을 보면서 지금껏 내가 그려온 나이테의 무늬가 조금씩 벗겨지는 기분이다.
이 다리에 걸터앉아 있는 시간은
바로 내 곁을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게 만든다.
어느새 해가 중천이다.
여름 볕이라 볕은 따가우나 강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뼛속까지 맑아지는 상쾌한 바람이다.
낙동강 빈 나루에 걸린 푸른 달빛을 만날 수 있는 곳.....
무섬마을은 관광차 슬쩍 들렸다 부지런히 빠져나가는 그런 관광지와는 사뭇 다르다.
볼거리를 찾아 급하게 다니는 나그네에겐 맞지 않는 곳이다.
이 마을은 박목월의 나그네라는 시 속 마을,
즉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을 볼 수 있는 그런 곳이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자 하는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곳이다.
민박집 주인장에게 막걸리 한 동이 걸러 달라하고
그 술이 익을 때까지 느긋하게
핸드폰도 잊고 텔레비전도 잊고 좋아하는 사람과 강변을 산책하며
책이라도 읽는 그런 시간을 갖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이른 저녁을 먹고 강변을 거닐다보면
노을이 주는 풍경도 일품이지만
모래에 뿌려지는 달빛과 강물에 비친 푸른 달빛도 정겹다.
그리고 그런 달밤이면
달빛에 책을 읽어 주시는 오래전 내 할아버지와도 마주할 것이고,
할머니 무릎에 앉아 옛이야기 듣는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할 것이다.
마음속 여유로움을 찾아 만끽하기에 더 없이 좋은 달밤이 이 마을 강변에 깃들어 있다.
낙동강 칠백리가 들려주는 또 다른 이야기.....
무섬마을에서 한 동이 걸러낸 막걸리를 다 마셨다면
이제 낙동강 칠백리가 풀어 놓는 이야기를 찾아 길을 떠날 시간이다.
무섬마을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 볼 영주와 인근에는
자연의 속살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제일 먼저 찾아 볼 곳은 조선 중종 38년(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워
서원의 효시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 된 소수서원과 선비촌,
세조 때 단종 복위를 꾀하다 발각되어 죽은 금성대군 사당과
사당 뒤편에 서 있는 1,100년 된 은행나무,
우리나라 화엄사상의 요람인 소백산자락에 위치한 부석사,
그리고 한국선비정신이 깃들어 있는
안동 하회마을을 강 건너 부용정에서 굽어보는 정경은 일품 중에 일품이었고.
그리고 회룡포를 돌아 초간정까지....
더불어
예천의 회룡포에서 시원하게 굽이치며 흐르는 낙동강 노을을 바라보는 일,
회룡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는
1582년 조선 선조 15년 초간(草澗) 권문해 선생이 세운 초간정(草澗亭. 문화재자료 143호)까지 찾아가
이곳 지방에 깃든 올곧게 내려오는 선비정신을 어느 정도 가슴에 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동안 몸속에 독소처럼 담겨 있던 스트레스의 찌꺼기가 모두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이런 여행은 정신없이 휘둘리며 살아온 내게
막히면 잠시 돌아도 갈 줄 아는 삶의 여유로운 지혜와 여백의 진정한 맛을 느끼게 할 것이다.
무섬마을에서의
느긋한 휴식과
옛 선비들과 심적 교우하며 걷을 수 있는
이런 시간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활력을 얻기에 충분한 휴식이 된다.
팁 1 : 무섬마을의 역사
1666년 반남(潘南) 박씨인 휘(諱) 수가 이곳에 처음 터를 잡은 후
선성(宣城) 김씨가 들어와 박씨 문중과 혼인하면서 오늘날까지 두 집안의 집성촌으로 남아있다.
반남박씨 입향조인 박수가 마을에 들어와 건립한 만죽재(晩竹齎)를 비롯해
총 9개 가옥이 경북문화재자료 및 경북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으며,
역사가 100년이 넘는 가옥도 16채나 남아있다.
문화재 목록 : 해우당고택(민속자료 제92호), 만죽재고택(민속자료 제93호),
김덕진가옥(민속자료 제117호), 김뢰진가옥(민속자료 제118호), 김위진가옥(문화재자료 제360호),
김규진가옥(문화재자료 제361호), 김정규가옥(문화재자료 제362호),
박덕우가옥(문화재자료 제363호), 박천립가옥(문화재자료 제364호)
팁 2 :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영주 나들목에서 영주 시내를 거쳐 수도리 전통마을을 찾아 가면 된다.
네비게이션 주소 :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209 (문수면 무섬로234번길 41)
팁 3 : 무섬마을 민박집 정보
민박집 이용은 2~4인까지 1박에 대략 50,000원 정도이고,
4~5 인방은 70,000원 선 고택 기와집은 100,000원 선이다.
사전예약제로 미리 전화예약을 해야 한다. 식대는 1끼에 7,000원 정도
자세한 정보는 무섬문화촌 이용 문의 : Tel. 054-634-0040 / 홈페이지. www.무섬마을.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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