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스크랩] 단풍빛 따라 떠나는 남도 사찰 기행 (1편)

이승현 시인 영상 앨범 2012. 10. 18. 12:12

단풍빛 따라 떠나는 남도 사찰 기행

 

마지막 남은 한 줌마저 처연히 태우고 가는 나뭇잎, 그 길을 따라 가는 일은 자신을 돌아보는 길이다.

 

황금들녘 이삭이 마지막 가을볕을 조용히 음미하고 있는 것처럼 처절했던 한 여름날의 꿈도 이제는 차분하게 내려놓고, 잠시 단풍빛으로 물들어 가는 저 자연의 순리를 따라 가며 자신의 내면에 있는 깊은 고요의 맑은 정수를 찬찬히 꺼내 볼 가을이다. 그 시간을 남쪽으로 내려가며 사찰에 머문 단풍빛을 마음의 눈으로 읽어 본다.

 

 

1. 금산사

아침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황홀한 금산사 단풍.

 

 

아침 안개에 싸인 사찰, 그 적막 속에서 자신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지난 시간이 낙엽에 새겨놓은 고요 한 줌 주워 담아 보고 싶다면 금산사를 찾아갈 볼 일이다.

금산사는 전라북도 김제시 모악산 도립공원에 소재한 큰 절이지만 참배객들로 붐비지 않아 그 어느 사찰보다 이슬 같은 말간 공기를 폐부 깊숙이 담아 볼 수 있는 곳이다.

 

 

동쪽으로부터 번져오는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든 단풍나무 또한 일품이다.

햇살을 머금고 제 몸을 불태우는 단풍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 몸이 타오르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질 것이다.

 

 

금산사의 아침 햇살에 타오르는 단풍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특히 모악산을 넘어오는 아침햇살을 역광으로 바라보면 사루비아 꽃보다 더 붉게 타오르는 불꽃 속에 서 있는 그런 무아경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금산사에는 국보 제 26호 미륵전과 보물 22호 노주를 비롯해서 10개의 보물이 소재하고 있어 이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2. 선운사

속울음이 짓물러 터져 물들이는 선운사 단풍

 

 

가을 단풍하면 우리는 내장산을 먼저 떠올린다.

내장산 단풍은 화려하다. 사람들은 그 멋을 보고 싶어 내장산 단풍을 찾는다.

그러나 전북 고창군 소재 선운사 단풍은 화려함보다는 처절한 핏빛울음을 머금고 있다.

 

 

단풍보다 계곡에 비친 개울물 속 단풍빛이 더 처연하다.

사람도 절절한 마음이 크면 클수록 울음도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속울음을 운다.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못할 정도로 절실한 울음을 우는 것 같은 단풍을 보려면 선운사 단풍을 볼 일이다.

선운사 단풍이 이토록 처절한 것은 아마도 계곡이 품고 있는 상사화(꽃무릇)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며 쏟아 놓은 노랫말 같은 울음이 계곡을 가득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계곡물에 비친 단풍이 가슴을 더 모질게 파고든다.

 

 

 

 

그리고 보면 선운사에는 3가지 애절한 울음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이른 봄에 붉은 꽃물을 뚝, 뚝 떨어뜨리듯 지는 동백의 핏빛울음,

 여름이 가면서 꽃대만이 홀로 애타게 임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솟아 있다가 지는 상사화의 붉은 물결,

이 가을 계곡의 물빛에 비친 제 가슴까지 짓물러 터진 단풍의 애잔한 빛이 바로 그것이다.

 

 

선운사에도 보물 제 290호 대웅보전을 비롯해서 3점의 보물이 있다. 그 중 보물 1200호 도솔암 마애불 그 앞에 꼭 한 번 서서 단풍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출처 : 活, 히말라야의 꿈(dream of himalaya)
글쓴이 : 이승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