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우포늪(농협 행복 설계 봄호)

이승현 시인 영상 앨범 2013. 4. 25. 15:53

 

 

 

시간의 바람이 조리질하는 치유의 늪, 우포

 

                                                                                                             글, 사진 :  이승현 시인, 여행작가

 

우포늪에도 봄이 오고 있다.

겨울 내내 추위를 피해 먼 시베리아에서 찾아온 철새들을 넓은 가슴으로 품어주더니

이제는 그들이 떠난 빈자리를 다시 봄의 새 생명들에게 품을 내어주려 하고 있다.

우포는 시간의 바람이 햇살 알갱이를 새물내가 나는 치유의 생명수로 끊임없이 조리질 하는 곳이다.

 

살다보면 가끔은 입고 있던 옷에서 까칠한 검부러기가 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억겁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결코 늙거나 지치지 않고

늘 잉태의 숨소리를 수면에 이는 햇살조각처럼 조리질해 놓는 치유의 늪 우포를 찾아가 보고 싶은 거다.

 

 

 

 

원시의 맥박으로 뻑뻑한 피돌기를 매화꽃망울로 피워내는 곳

 

1억 4천년전 빙하기의 산물인 원시의 숨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며 행복이다.

우포는 경남 창녕군 이방면, 대합면, 유어면에 걸쳐 있으며 면적은 약 70만평이며

우포늪(소벌:1,278,285m2), 목포늪(나무벌:530,284m2), 사지포(모래벌:364,731m2), 쪽지벌(139,626m2) 4개의 늪으로 이루어졌고

우리나라 내륙에 있는 습지로서는 가장 큰 원시성을 간직하고 있는 늪이다.

원시성이 그대로 간직된 늪 속에는 희귀동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천연의 자연경관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어

문명에 찌든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원초적 모습으로 치유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서서

우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정수리까지 뻑뻑하게 돌던 문명의 피돌기가

어머니 태반 속처럼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한줄기 매화꽃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포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에게 왕버드나무가 전하는 말

 

70만평.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디넓은 늪지에 수많은 물풀들이 이 봄에 또 머리를 내밀고 있다.

부들, 창포, 갈대, 줄, 올방개, 붕어마름, 벗풀, 가시연꽃 등이 또 한 세월의 주기를 돌기위해 이 봄맞이를 준비하고 있을 시간이다.

수면 아래 붕어, 잉어가 가끔씩 텀벙 거리며 튀어 오르는 소리로 태고의 정적을 깨운다.

 

 

 

그 시간의 기지개 소리를 들으며 우포늪을 끼고 도는 탐방로를 걷다보면

꽤 오래된 시간을 수면에 뿌리를 박고 서있는 우람한 왕버드나무를 만난다.

늪에 반쯤 밑동을 담그고 있는 나무에서 생명의 경이를 느낀다.

늘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지만 단 한 번도 불평을 하지 않고 시간의 찰랑거림에 순응을 하면서

철새의 둥지도 품어주는 아름다움은 우포늪에 기대어 사는 모든 생명들에게 비움의 미학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우포에 기대어 사는 한 어부도

“ 단 하루치 필요한 양의 고기만 잡아요, 더 잡을 필요도 없어요. 우포는 언제든지 필요하면 내어 주는 어머니와 같아요.”

“그래서 더 욕심을 부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저 왕버드나무에게 배워요.”라며

자연에 순응하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일러준다.

런 것 같다. 왕버드나무의 경건한 모습에서 오래전 할아버지께서

내게 자장가처럼 들려주시던 가슴 울리는 음성을 듣는 것 같아 이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다.

 

 

 

우포늪의 바람과 함께 만나는 창녕의 빗살무늬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는데 마음은 언제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늘 불안한 것이 인생 여정이다.

우포는 그런 우리 인간에게 치유의 미덕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떠나기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우포늪을 나선다.

창녕 시내 쪽으로 약 7km 정도 핸들을 잡다보면 대지면 석리에 있는 지방문화재 제355호〈성씨고가〉가 나온다.

한번쯤 대문을 노크해도 좋을 그런 집이다. 우리나라에서 양파를 처음으로 도입하여 재배한 내력이 있는 집안이다.

 

지방문화재 제355호〈성씨고가〉

 

창녕 시내에는 국보가 2점, 보물이 9점이 있다.

이를 찾아가 보는 것은 또 다른 먼 비사벌(창녕의 옛 지명)의 빗살무늬 토기를 만나는 맛이다.

국보 33호〈창녕 진흥왕 경계비〉와 국보 34호〈창녕 술정리 동삼층석탑〉이 그것이다.

동삼층석탑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월의 뒤안길 그 쓸쓸함을 보는 것 같아 옷깃을 살며시 여미게 할 것이다.

그 외에 보물 310호〈창녕석빙고〉인데 모두 가까운 곳에 있어 번거롭지 않게 두루 볼 수 있어 좋다.

 

국보 34호 창녕 술정리 동삼층 석탑

 

국보 33호 창녕 진흥왕 척경비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보물 310호 창녕 석빙고

 

특히 화왕산 관룡사는 보물이 4점이나 있고

관룡사 일주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일주문으로 욕심 없는 삶을 살아가라는 무언의 가르침을 보여준다.

인근에는 여행에 지친 몸을 잠시 추스를 수 있는 유황온천인 부곡온천이 있다.

 

창녕하면 떠오르는 먹거리는 수구레국밥인데 창녕시장에 가면 서로 원조라고 하는 국밥집이 여러 곳이 있다.

다 비슷한 가격에 비슷한 맛이다.

다만 장날인 3일, 8일에는 난전에서 국밥을 먹을 수 있어 여행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겠다.

 

 

팁) 우포에서 일출을 맞이하거나 새벽안개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싶은 사람은

우포늪 민물나라(우포민박 010-3933-9052)에서 밤을 지새우는 것도 좋겠다.

민박집 아저씨의 다소 투박한 경상도사투리로 끓여 내놓는 민물매운탕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아니면 잠자리가 편안해야한다는 사람은 창녕시내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새벽에 우포로 들어와도 된다.

창녕시내에서 우포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우포생태학습원(www.woopoi.com, 055-532-7856)으로 문의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