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온 몸을 옥죄는 추위에
웃방에서 아랫방으로 딩굴딩굴 몸만 굴리다
영하의 옷을 벗고
기지개켜는 볕따라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사는 일에 아무리 휘둘리지 않으려해도
어쩔수 없이 휘둘리며 사는 게 인생길이라하지만
가끔은 슬프다는 생각이 겨울 바람처럼 슬몃슬몃 찾아 들곤합니다.
봄볕에 눈이 소리없이 녹듯
한 순간에 사라질 나의 여정 길에
또 다른 봄의 따사로움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청명한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봅니다.
아! 맑음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지금껏 걸어 온 길보다도 더 맑은 하늘이 제 앞길을 열어 놓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슬픔도 잘 다스리고
삭힐 줄 안다면
꽁꽁 언 땅 속에서도 봄을 알아볼 수 있겠지
파르르
이는 바람에
눈을 뜨는 저 목련처럼
하늘빛 한 번 싱그럽습니다.
많은 날을 같은 하늘 밑에서 살아왔지만
이만큼만한 하늘빛
본 적이 얼마나 될까?
더러는 뒤쳐지는 날이 생기더라도
이렇게 하늘 한 번 올려다 보며 가야겠습니다.
비록 뒤쳐지는 인생길이라해도
내가 걸어야할 그 길의 길이가 늘 그렇듯...
채근하지는 않을테니까
어느새 슬픈 하루의 숨소리는
말간 물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눈의 뼈도 녹아내리면
이렇게 바람이 되는 것을 봅니다.
눈의 하얀 뼈마디 마디마다 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 소리에 제 마음 하나 슬몃 얹습니다.
바람이 되어 보렵니다.
바람이...
겨우 몇 십년을 살아왔으면서
한 세상을 다 알아버린 것같은
오만함으로
얼마나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아 왔을까?
천년을 더 살았을 용문사 은행나무도
겨울이 되면
저렇게 하늘에 알몸으로, 숙연한 알몸으로
장엄한 고해성사 하고 있는데
불현듯
무릎을 꿇고싶습니다.
무릎을 꿇습니다.
안방에서 건너방으로만
궁굴리며 몸살을 앓던
온 삭신이 참으로 오랜만에 맛깔스러운 소리를 냅니다.
온 삭신의 골짜기들이
물소리, 바람소리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릎 꿇고 풀어내는
온갓 소리들이
봄맞이 준비를 합니다.
꽃몽우리가 돋습니다.
봄볕에 꽃터지는 소리가 온 몸에서 울려 나옵니다.
오늘
참 잘 나왔다 싶습니다.
(2010년 02월 07일 용문사에서)
'내가 찍은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첫잎새의 더운 입깁에 또 마음을 빼았겼습니다. (0) | 2010.04.22 |
|---|---|
| 이 봄은 진달래꽃에 푹 빠져볼 모양입니다. (0) | 2010.04.19 |
| [스크랩] 나를 사랑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0) | 2010.04.11 |
| 신새벽 질러서 오는 (0) | 2010.04.05 |
| [스크랩] 이 폭설에도 웃는 사람이 있습니다. (0) | 2010.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