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이야기

[스크랩] 지금, 봄은 어디에 있을까?

이승현 시인 영상 앨범 2010. 2. 8. 09:26

 

 

며칠째 온 몸을 옥죄는 추위에

웃방에서 아랫방으로 딩굴딩굴 몸만 굴리다

 

영하의 옷을 벗고

기지개켜는 볕따라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사는 일에 아무리 휘둘리지 않으려해도

어쩔수 없이 휘둘리며 사는 게 인생길이라하지만

가끔은 슬프다는 생각이 겨울 바람처럼 슬몃슬몃 찾아 들곤합니다.

 

 

 

 

봄볕에 눈이 소리없이 녹듯

한 순간에 사라질 나의 여정 길에

또 다른 봄의 따사로움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청명한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봅니다.

 

아! 맑음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지금껏 걸어 온 길보다도 더 맑은 하늘이 제 앞길을 열어 놓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슬픔도 잘 다스리고

삭힐 줄 안다면

 

꽁꽁 언 땅 속에서도 봄을 알아볼 수 있겠지

 

파르르

이는 바람에

눈을 뜨는 저 목련처럼

 

 

 

 

하늘빛 한 번 싱그럽습니다.

 

많은 날을 같은 하늘 밑에서 살아왔지만

 

이만큼만한 하늘빛

본 적이 얼마나 될까?

 

더러는 뒤쳐지는 날이 생기더라도

 

이렇게 하늘 한 번 올려다 보며 가야겠습니다.

 

비록 뒤쳐지는 인생길이라해도

내가 걸어야할 그 길의 길이가 늘 그렇듯...

 

채근하지는 않을테니까

 

 

 

 

어느새 슬픈 하루의 숨소리는

말간 물소리를 내며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눈의 뼈도 녹아내리면

이렇게 바람이 되는 것을 봅니다.

 

눈의 하얀 뼈마디 마디마다 제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 소리에 제 마음 하나 슬몃 얹습니다.

 

바람이 되어 보렵니다.

 

바람이...

 

 

 

 

겨우 몇 십년을 살아왔으면서

한 세상을 다 알아버린 것같은

오만함으로

 

얼마나 어깨에 힘을 주고 살아 왔을까?

 

천년을 더 살았을 용문사 은행나무도

겨울이 되면

저렇게 하늘에 알몸으로, 숙연한 알몸으로

장엄한 고해성사 하고 있는데 

 

불현듯

무릎을 꿇고싶습니다.

 

무릎을 꿇습니다.  

 

 

 

 

안방에서 건너방으로만

궁굴리며 몸살을 앓던

온 삭신이 참으로 오랜만에 맛깔스러운 소리를 냅니다.

 

온 삭신의 골짜기들이

물소리, 바람소리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무릎 꿇고 풀어내는

온갓 소리들이

봄맞이 준비를 합니다.

 

꽃몽우리가 돋습니다.

 

봄볕에 꽃터지는 소리가 온 몸에서 울려 나옵니다.

 

오늘

참 잘 나왔다 싶습니다.

 

 

 

                                                                                        (2010년 02월 07일 용문사에서)                                                

출처 : 홍성란의 시조 아카데미
글쓴이 : 이승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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