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사진이야기

신새벽 질러서 오는

이승현 시인 영상 앨범 2010. 4. 5. 20:54

 

                                                                                                       (2000. 3. 30. 북한산 진관사에서)

 

신새벽 질러서 오는

 

                이 승 현

 

섬으로 가는 막배 방금 떠났습니다

바다에 닿는 마음 가뭇한 달로 떠서

어둠 속 뱃고동 소리 끌어당겨 봅니다

 

엊그제 누님이 보낸 촉촉한 물안개는

따뜻한 막사발 잔 단술로 들어앉더니

칡물 든 유년 저편에 물감 풀어 어립니다

 

그믐달 말벗 삼아 자근대던 등대불

품어내는 입김에 하얀 성에 서려도

갯바람 간간이 부는 이 거리 정겹습니다

 

추위가 깊을수록 목이 긴 사슴마냥

칼칼한 별빛들이 줄긋는 길목에서

신새벽 질러서 오는 첫배를 기다립니다

 

 

 

 

**********************

 

누구나 첫사랑과 같은 아련한 그리움

가슴에 품고 살겠지요.

칡뿌리 흙내 풀풀나는 그런 고향 같은... 

 

늘 고향쪽 하늘을 향해 목을 쭉 빼고

배고동 울리는 선창가에서 첫배를 기다리는 그런 심정으로

그리움을 한아름 품고 사는 사람

 

이 땅에 모든 사람들은

달래향 은은하게 번지는 짭조롬한 간장 한 모금씩 입에 물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그리움이 첫배를 타고 온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